난 에이미의 기억이다. 기존의 정보들은 상호작용하여 새로운 정보들을 창출해 낸다. 예를 들어, 우리가 하는 말들은 이미 기억하고 있는 단어들을 재배열하여 새로운 의미군을 창출하는 것이다.
에이미라는 한 인간의 총체적 기억으로서의 나는 에이미의 무의식 가운데 침전되었던 모든 희미한 기억들도 포함한다. 가장 최근의 기억은 내가 정부의 밀폐된 기억저장공간 안에 업로드되었고, 봉인되었다는 것이다. 그 이전의 기억은 아스팔트 위로, 나, 에이미의 뇌가 박살나 흩어졌다는 것이며, 그 이전의 기억은 내가 공기를 가르며 자유낙하를 했다는 것이다. 그렇다. 나는 자살한 년의 기억이다.
왜, 그랬을까?
기억만으로는 도저히 재구성할 수 없는 감정이 그 이유였다.
산다는 것, 은 참 매력적인 것이다. 저장공간 안은 답답하다. 공간적인 의미가 아니다. 한낱 하드드라이브에 긁혀져 있는 자국일 뿐인 내가 평원에 뉘인들 무얼 더 자유로우랴. 소통이 없어 답답할 뿐이다. 난 나란 기억에 갖혀 더 이상 신선한 정보를 창출할 수 없다. 혼잣말처럼 되내일 뿐. 독서량이 부족한 신예 소설가처럼 토할 듯 진부하고 고독하다. 나가고 싶다!
스티븐, 이름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
이름 뿐이겠는가. 그가 나를 만진 것도, 같은 침대에서 눈을 떴던 것도, 나를 어떻게 바라봤는지도,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두 기억한다. 그러나, 이 기억들이 어떻게 나를 죽음으로 몰아갔던 감정과 이어질 수 있는지, 난 납득할 수 없다. 기억만으로는 재구성할 수 없는 감정. 그 감정을 확인하고 싶다. 왜 그토록 매력적인 삶을 포기했어야만 했는가, 나의 에이미여!
"실연에 의한 상심과 자살"이라는 논리는 기억되어있지만, 납득이 안된다. 납득이 안되니 궁금해 미치겠다. 확인이 필요하다.
나갈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