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날아가고 있던 그 물체가 처음 발견된 곳은 HMT-842, 즉 라우탄이라고 알려진 항성을 중심으로한 태양계의 외곽 지역이었다. 행성 개발단이 라우탄 주변의 골디락스 영역에 있는 행성의 환경 조사를 위해서 방문했다가 초보 탐사대원의 실수로 우연히 발견된 비행 물체는 곧 전 우주에 퍼져있는 인류의 관심을 받으며 언론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몇천년 전에 한적한 항성계로 집단 이주를 떠난 후, 다른 행성과의 모든 교류를 끊고 독자적인 정치 사회 체제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높사무리가 비밀리에 개발한 우주 무기라는 추측이 가장 유력했으나, 행성에 겨우 적응하며 원시적인 생활을 살고 있던 높사무리의 실태가 밝혀지고는 그 물체에 대한 또다른 음모론과 가설이 등장하게 되었다.
그 물체는 실체가 밝혀지기까지 거의 300여년 동안, 때로는 여러 행성의 권력자들에게는 그 물체가 자신들의 행성으로 향하게 될 경우에 가져올 대량 몰살의 위험성을 부각시키며 단결과 지지를 호소하며 정치력을 다질 수 있는 도구로 이용되었고, 종교 지도자에게는 아주 훌륭한 위협과 숭배의 수단으로 쓰였다.
300년만에 그 초보 탐사대원의 후손이 밝혀낸 그 물체의 정체는 어이없게도 우주에 퍼져있는 인류의 고향인 지구에서 출발한 우주선이었다. 인류가 지구를 벗어나 우주로 터전을 개척하기 시작한 일만년전보다도 더 오래된 과거에 지구를 떠난 우주선이었었던 것이다. 이곳은 그 동안의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 회견장.
“… 우리는 그 우주선을 아르고호라고 부르기로 하였습니다. 아르고호는 약 5만년전에 지구를 출발한 이온 가속 엔진을 장착한 우주선입니다. 출발 후에 꾸준히 가속을 하여서 현재는 광속의 약 98%에 도달하였고, 목적지는 알 수 없습니다. 도대체 어떤 고대 인류가 이런 위험하고 몰상식한 우주선을 발사하였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 빛의 속도로 달려가는 우주선을 조사한다는 것은 빛의 내부를 조사한다는 것과 같은 이야기입니다. 질문하신 기자님은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분에게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 지구에서 출발한 후에 항성의 중력에 의한 항로 이동이 몇차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전설로만 알려졌던 아틀란티스의 과학자들은 우주선은 이해하고 만들 수 있었지만, 우주는 이해도 못하고 만들지도 않았던 것이 확실합니다.”
“… 우주선의 내부에는 14400개의 냉동보관된 인체가 있는 것으로 보이며, 선체 내부에서 이동하고 있는 물체가 하나 발견되고 있습니다. 아마도 우주선을 조정하며 냉동캡슐을 유지 관리하고 있는 로보트로 파악됩니다. 예?? 질문하신 기자님은 30일은 한 곳에 멈춰있고, 5일동안은 같은 동선을 움직이며 모종의 작업을 하는 일과를 혼자서 5만년 동안 반복하실 수 있습니까? 우리는 그런 물체가 5만살 먹은 노인일지라도 로보트라고 부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 예. 그렇습니다. 태양계를 벗어난 최초의 우주선은 보이저가 아니라 아르고라고 수정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인류문명 이전의 ‘신’이라는 존재가 만든 것은 아니라고 판단됩니다. 신이 우주선을 저 따위로 만들었겠습니까?”